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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마리아적인 기도(2)
동방최고의 성모
찬가 아카티스토스 찬미가
예루살렘 가톨릭 주교단이 발표한 2000년 대희년 행사 일정을 보면, 사순 시기 '금요일마다
그리스 가톨릭 교회는 '아카티스토스'찬미가를 바친다고 되어 있습니다. 서방 교회 축일 표에는 '십자가의 길'이라고 명시되어야 할
자리에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이 찬미가 는 동방 교회에서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궁금하기 짝이 없습니다.
먼저, 이 찬미가의 이름이 너무나 생소합니다. 전례와 무관하다는 탓도 있습니다만, 이 찬미가의 제목은, 마리아적
기도 가운데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것으로 보고 있는 '천주의 성모여, 당신의 보호에'(숩 뚜움 프레시디움)의 경우처럼, 찬미가의 첫
소절에서 따온 것이 아니라, 찬미가를 바치는 자세에서 그 명칭이 유래하는 까닭입니다.
'아카티스토스'(akathistos)는 '서다', '서 있다'라는 희랍어입니다. 전례적인 다른 찬미가는
처음에 선창자만이 일어서서 노래한 뒤에 나머지를 앉아서 바치는데 비해, 이 찬가는 어떤 찬미가보다 길지만, 천사가 전하신 천주 성자의
강생에 최고의 경의를 표하기 위하여, 끝까지 모두 일어서서 바치는 데에서 이 이름이 유래합니다. 그것도 그냥 낭독하는 것이 아니 라
전부를 전통적인 멜로디에 따라 노래로 바치는데, 지금은 장대한 선율은 전해오지 않고 그저 '렉토 톤'(단조)으로 만족하는 형편인가
봅니다.
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이 찬미가의 기원은 신비에 쌓여있다고 합니다. 미국 가톨릭 출 한사가
간행한 '마리아 사전'의 '마리아적 사건 연대표'에는 서기 300년에 이미 이 찬미가가 동방 교회에 됭ㅂ되었다고 했는데, 어떤 근거가
있는지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d. 기욤 같은 분은 556년경에 콘스탄티노플에서 운명하신 성
로마노스 멜로디스 트의 작품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시리아의 시인 성 로마노 작곡가는 현재 교회가 사용중인 마리아 찬미가 네 개의
지은이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B. 엠미는 '치르코'반역당이 진 압된 후(532년) 감사가로 작곡되었고, 아바르스의 해방 이후에
대중화되었으며(626년), 포시 오 9세 eo(9세기)에 내용이 추가 보완되어 최종적으로 완성되었으리라고 보고 있는 듯합니다.
아카티스토스 찬미가는 희랍어 알파벳 순서에 따라 모두 24행으로 구성되어 있는 '아크로 스틱'(각 행의
머릿자를 모으면 말이 되는 시의 형태)입니다. 첫 번째 12행은 유아기 복음 (영보, 강생, 방문, 요셉의 불안, 목자들과 동방박사의
방문, 에집트 피신, 봉헌)을 노래하고, 나머지 12행은 강생의 신비와 마리아의 동정 모성을 관상하는 내용입니다. 그러나 핵심적 인
내용은 6세기에 '천주의 모친'이 콘스탄티노플의 수호자로 선언되고, 그 신심이 확고히 자리잡았음을 감안할 때, '천주의 모친'
신심이라고 에버릴 케머론언 분석하고 있습니다.
찬미가에 사용된 주요 자료는 안에서 언급한 대로, 유아기
복음이고, 그 다음은 그 시대 교부들의 마리아론이 적절히 표현되어 있습니다. 주목할만한 점은 묵시록과 관련되는 주제 는 없고,
마태오의 위 복음서를 조금 인용했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아들 예수님의 생애와 수난, 그리고 마리아의 동참에 관한 언급이 전혀 없는
것도 특이합니다. 그러므로 이 찬미 가는 431년의 에페소 공의회가 선언했던 '천주의 모친'교의에 기반을 둔 찬가라는데 의견이
모아지는 듯합니다.
이레네오를 비롯한 희랍 교부들은 언제나 '말씀이 사람이 되신 신비'(강생)안에서
인류를 고찰했고, 인간은 '사람이 되신 하느님', '하느님이신 예수님'과 결합함으로써 신적 생명에 참 여한다는 신학을 정립해왔습니다.
그러므로 희랍 교부들에게 강생은 단순한 하나의 일과성 사건이 아니라 유주 전체 구원의 시작이자 요약이라고 파악되었습니다. 치릴로와
프로쿨로, 테오도투스 같은 교부들의 이런 신학 사상은 이 찬미가 19행에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이 런 입장에서 보면, 아카티스토스
찬미가는 근본적으로 마리아적 성격을 띤 그리스도론이 주 내용이라 하겠습니다. 즉, 찬가의 내용이 단지 마리아를 찬양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마리아를 통하여 그리스도께 집중하게 하는 비잔틴 교회 신학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희랍
교부들이 아카티스토스 찬미가에서 표현한 마리아의 위치와 역할은 오늘의 우리에게 도 이미 익숙해 있는
내용들입니다.
첫째로, 이 찬미가는 '마리아'라는 이름보다 '귀부인'으로 흔히 번역하고 있는 '담'(불어,
D믇, 영어, Lady)이란 호칭을 즐겨 사용합니다. 서방 교회는 '동정녀'를 선호했기 때문에 12세기 에 이르러서야 마리아께
'노트르 담'(Notre Dame)칭호를 부여한 것에 비하면, 동방 교회의 마리아론은 매우 일찍부터 꽃피웠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실, 예로니모가 시리아어로 귀부인을 뜻하는 칭호를 이미 오래 전에 마리아께 부여했기 때문입니다. 오늘의 우리는 이 '귀부인'이란
원래 뜻을 지닌 낱말을 흔히 '성모'라고 번역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 아카티스토스 찬미가는
마리아를 야곱의 사닥다리, 곧 '하늘에 닿는 층계'(창세 28,12)로 찬미하고 있습니다. 야곱의 꿈에 "천사들이 그 층계를 오르락
내리락하는 것을 보 았다"는 그 층계의 역할을 마리아께서 담당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마리아는 그리스도께서 오르락 내리락하시는
"층계"입니다. 오늘의 신학에서는 이 역할을 두고 마리아의 '중재'라 는 용어로 부룹니다.
세 번째로,
아카티스토스 찬미가는 마리아가 온갖 반대자들을 화해시키는 유일한 피조물 이며, 마리아의 동정 모성이 인류 구원의 수단이었음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이리하여 신인 (神人)-그리스도와 `니다.
예루살렘의 희랍 정교회 대성당에서 이 아카티스토스
찬미가가 어떻게 불려지는지 직접 가보지 못해 안타까운 심정이지만, 서방 교회의 '십자가의 길'에 버금가는 신심으로 비중이 큰 이
찬미가의 내용을 조금이나마 알아 본 것으로 우리는 만족해야 할 것 같습니다. 또 한 가지 부언해야 할 것은 지면 관계로 이 찬미가를
전부 소개할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독자여러분의 너그러운 이해를 부탁드리면서 첫 번째 절을 아래에 소개합니다. 번역 원문 은 바티칸
인터넷에 올라 있는 자료임을 밝혀 둡니다. (Medieval Sourcebook; AKATHISTOS HYMN).
천사중의 으뜸 천사 하늘에서 내려와 하느님의 어머니께
기쁜 인사 전하네.
어머니의 태중에서 사람되신 그 아이가
구세주임을 알아보고
으뜸천사
기뻐하며
어머니의 찬미가를 큰 소리로 노래하네:
기뻐하고 용약하세, 성모 통한 우리 기쁨 찬란하고 눈부시네;
기뻐하고 용약하세, 성모 통해 우리 질곡 이제야 풀어졌네.
기뻐하고 용약하세, 아담의 죄 사해졌네;
기뻐하고
용약하세, 하와 눈물 씻어졌네.
기뻐하고 용약하세, 우리 이해 뚜어넘는 알기 힘든 지존이여.
기뻐하고 용약하세,
천사들의 지혜로도 오묘하온 이 신비여.
기뻐하고 용약하세, 왕이 세운 당신 어좌 거룩하신 성소시여
기뻐하고 용약하세,
생명 주고 먹이시는 만물의 태 성모여!
기뻐하고 용약하세, 새벽 알린 샛별이여;
기뻐하고 용약하세, 하느님이 사람되신
거룩하신 복된 태여.
기뻐하고 용약하세, 성모 통해 세상 만물 새롭게 되었으니,
기뻐하고 용약하세, 만물의 주 성모
통해 아기되어 탄생했네.
기뻐하고 용약하세, 거룩하신 동정녀여, 아름다운 신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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